청소년 코칭 이전에 부모 코칭이 먼저 필요한 이유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학원 다녀오면 바로 방으로 직행합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폰 게임을 합니다.
A군의 어머니는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럴 수 있다.' 이해도 되지만, 내년이면 입시인데 그 모습을 보면 답답합니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속상하기만 합니다.
직장 다니며 아이 키우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억울함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제 말을 잘 듣게 하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요?
내 아이지만 요즘 시대 아이들이 엄마는 어렵습니다.
댓글로 나누는 대화가 온통 암호처럼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기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도 신기하지요.
도통 의지도 없고, 스스로 무엇을 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매로 다스릴 수도 없습니다.
청소년 코칭을 의뢰 받으면, 저는 항상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부모도 코칭을 받도록 안내를 드립니다.
내 아이를 어떻게 하기 전 먼저 부모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도 코칭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기도 하고, '또 내 탓이라는 것인가?' 억울함을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일정 기간 코칭을 받는 진짜 이유는 이 상황이 누구의 탓도 아님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답답하고 속상하고 억울한 내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주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최선을 다했음을 스스로 알아주기 위함입니다.
잘 몰라서 혹은 알지만 너무 힘들어서, 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말이나 행동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죄책감이 듭니다.
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묻어 버립니다.
하지만 그것을 꺼내어 봅니다.
내 아이의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이 온전한 양육자이자 진정한 내 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안에 마음의 공간이 생깁니다.
마음에 공간이 생기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해볼 여지도 생기고, 말이나 태도에 두려움이 사라지고, 편안함이 묻어납니다.
그러면 질문이 아이의 마음에도 닿을 여지가 생겨 납니다.
같은 문장을 말해도 기분 좋을 때 하는 말과 화가 났을 때 하는 말이 다른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마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은 질문의 밑바탕입니다.
이것이 청소년 코칭 이전에 부모 코칭이 먼저 필요한 이유입니다.
어머님께서도 상처받고 힘드신 게 당연합니다.
지금 아이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속상하고 답답하고 억울하신가요?
A군의 어머니는 직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아이를 돌봐줄 친정 엄마가 계시지 않아 여기저기 학원을 보냈습니다.
늘 미안함에 나 힘든 것보다는 아이가 우선이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내 뜻대로 자라지 않았고 그게 또 어머니를 힘들게 했습니다.
나 때문인 것 같은 미안함에 꾹 참았다가 억울함이 올라오면 한 마디씩 한 게 아이와의 거리도 멀어지게 했습니다.
코칭 과정을 통해 엄마도 상처받고, 아프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서럽다는 것을 충분히 스스로 이해하고 이해 받으면서 한결 마음이 나아졌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늘 짜증스레 반복하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미안하다고 좀 하지 마, 지겨워!" 아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답니다.
아마도 그 말이 무겁게 다가왔겠지요.
코칭이 끝날 즈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생각해 보니 아이가 참 고맙네요. 잘 커 주어서요."
그날 카톡이 왔습니다.
"코치님, 아이가 방문을 열고 나왔어요. 제가 문 앞에서 이렇게 말을 했거든요. '잘 커 줘서 엄마는 고맙다. 뭐 필요한 것은 없니?'" 그동안 아이의 답답한 행동에 짜증 섞인 말투로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옆에 든든하게 있다는 마음이 전해졌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존재 그대로 믿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이 경험이 아이에게 큰 자산이자 자존감의 뿌리가 됩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잘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럴 때, 한 발짝 두 발짝 물러나 내가 아이에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면 큰 힘이 됩니다.
그런데 그 전에 부모인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믿어 주고 인정해 주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20년 후, 내 아이가 어떻게 살고 있기를 바라시나요?
그것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요?
그러기 위해 지금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